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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9기 끝

무려 6번째 글또 후기

글또 9기 - 제출한 글들은

패스 1번 쓰고 차감 없는 제출에 성공했다. 일이 꽤 바쁘거나 게임에 절어 있던 때도 있었는데 아니 이게 왜 가능? 막판 추가 제출 기간에는 휴가 때문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심지어 중간에는 거의 매번 2주씩 일찍 제출했던 기간도 있었다. 일빠로 제출을 하면 일단 기분이 좋고, 다음 제출까지 무척 여유로워진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2가지인데 첫번째로 이전보다 글 쓰는 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들진 않아서였던 것 같다. 글을 쫌쫌따리로 시간 내서 쓰는 편이라 각 글을 작성하는데 정확히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체감상으로 공부해서 쓰는 글이면 3~5시간, 아니면 2시간 정도인 듯. 예전에 비해 욕심을 좀 버렸다. 가장 마지막에 쓴 Conformal Prediction에 대한 글을 예시로 들면 예전 같았으면 여기에 활용 사례, 검증 방법론, 코드까지 다 때려박고 35min read 만들어버렸을 듯..(그리고 뻗어서 다음 회에 패스 쓴다)

두번째는 여전히 글 쓰는 것 자체가 재밌다는 것이다. 원래도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기술 글쓰기는 2020년쯤 글또를 처음 접하면서 시작한 영역인데,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어려운 개념을 명확하고 쉬운 설명과 예시와 이미지로 구현할 때의 즐거움은 아직 전혀 질리지 않았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다른 직군과 협업하면서 회사에서도 숨쉬듯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모델만 설명력 필요한 거 아니고 사람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설명력). 글또 안 하는 기간에는 한 줄도 안 쓰면서 이런 말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꽤 괜찮은 연습 겸 취미 활동 아닌가?

참 이번 기수 시작하기 얼마 전쯤에 블로그를 이사했다. 기존의 노션+oopy 블로그에서 지금의 github 블로그로 이사했는데,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기존 블로그를 그래도 2~3년간 운영하면서 SEO를 엄청나게 최적화한 건 아니더라도 검색하면 노출이 꽤 되고 그에 따른 유입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블로그 옮기면서 그게 다 날아갔다. 뭐 다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구글 색인 생성이 충격적으로 어려웠다. 아니 과거형이 아니고 지금도 어렵다. 이사한 지 4~5개월째 거의 대부분의 글들이 색인 생성이 안 되어 있고, 수동 요청 포함 별 짓을 다 해봐도 잘 답이 안 나온다. 이전 블로그에 있었던 글들을 통째로 옮겼더니 중복 컨텐츠로 품질이 낮게 판단되는 건가 싶어서 지금은 예전 글들을 살짝 빼 본 상태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블로그 유입 유지하고 싶으면 웬만하면 옮기지 마세요 아주 골아픕니다… 전 이미 옮겼으니까 걍 살아야 되고요..

그 외에도 1분기를 돌아보면 유독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별거 안 했는데 뭐지? 라고 생각해보니 게임을 좀 많이 했다.

참고로 내 n시간(읽으시는 분들이 뭐야 쓰레기야? 라고 할까봐 자기보호 차원에서 마스킹함)을 앗아간 게임은 작년 고티 발더스게이트3이다.

하여간 1분기에는 삶이 일 아니면 게임밖에 없었다. 그럼 일이 어땠는가 하면 일도 작년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작년에도 내가 완전히 역량 부족이라고까지 느끼진 않았지만 그냥 우당탕탕 어찌저찌 매 순간을 헤쳐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내 역할을 이해하고 매 순간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에서 필요한 결정들을 할 수 있게 됐다. 팀원들이랑 이전에 일하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같이 일을 하면서, 그리고 나홀로 작업이 아닌 정말 다양한 문제들을 맞닥뜨리면서 배우는 점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겠다 걍 적성에 안 맞는다~! 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정신 하나도 없이 회의만 하고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집에 가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런 날들이 쌓여서 지나보면 뭐가 되어 있긴 하던데, 라는 입장이었는데 요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에게 더 필요한 게 뭔지를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는 눈앞에 있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IC로서도 지금 역할로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왔지만 반대로 멈춰 서서 길게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느낀다.

딱히 명확한 답이 없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최근에는 재충전 휴가를 사용해 열흘 정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아주 좋았다. 물론 고민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냥 행복했다!

모르는 개랑 같이 본 산토리니의 일몰 🌅


지금은 복귀 후 후폭풍에 약간 시달리는 중이고 몇 주 남은 이사 준비로 정신이 없어서 당분간 글을 더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면 (아마도) 10기에서 만날 때까지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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