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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를 보내며 테크 블로그 5년 돌아보기

안 올 것 같던 날이 와버렸다


글또를 시작한 건 2020년, 4기 때부터였다. 무섭게도 그게 벌써 5년 전이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6개월 간의 인턴+논문 병행의 터널을 뚫고 다행히 척척석사와 정규직이라는 미션을 완료했다는 안도감이 제일 크던 때였다. 가장 큰 목표 두 개를 이루고 이젠 뭐하지 살짝 근질근질하던 그 순간, 완벽한 타이밍으로 글또 모집글을 만났다.

사실 운명 안 믿지만 가끔 포장해서 기분내기는 좋아함

시작할 땐 전혀 몰랐지만 그 이후로 나의 글또 생활은 출구 없는 회전문처럼 5년, 총 7기수를 빠지지 않고 지속하게 된다. 마지막인 이번 기수 10기까지. 이 5년의 시간 동안 글또라는 커뮤니티는 매번 놀랄 정도로 성장을 해왔고(단순히 커뮤니티의 크기 얘기만은 아님) 글을 쓰는 것 외에도 여러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지만, 이 글은 내 개인적인 글 작성 경험 위주로 작성될 예정이다. 나에게는 글또 참여의 역사가 곧 이 블로그의 역사이기 때문에 글또가 끝나는 지금이 이 블로그 운영을 돌아보기에도 딱 맞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아래 등장하는 데이터나 시각화는 다 내 글들의 마크다운 파일을 전부 gpt에 때려넣고 받아낸 것임. 와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것도 5년 전엔 상상도 못했다!(갑자기 늙은 사람 같음)


개수

현재 내 블로그에는 약 70개에 달하는 글이 있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10개 이상의 글을 썼고 2021년만 이상치로 20개의 글을 썼다. 대부분의 글또 기수 내에서 허용된 패스 외에는 거의 꽉 채워서 제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글또를 하지 않는 나머지 한 해의 절반 정도 되는 기간에는 글을 아예 안 썼다. 만약 이 그래프를 좀 더 세분화된 타임라인으로 그린다면 톱니바퀴처럼 꾸준한 작성이 발생하는 글또 기간과 아무것도 없는 기간이 반복되는 모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패턴이 내가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었던 핵심 이유라고 생각한다.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평생 쓰던 글들은 주로 소설, 일기, 서평/영화평이었지 기술 글쓰기는 또 다른 영역이다. 내 머릿속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인풋이 필요하기 때문에(공부해서 쓰는 거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뜻. 또 직장인이 된 것도 한몫해서, 솔직히 퇴근하고 뭐라도 하는 게 너무 어려운 것 - 2주 안에 스스로 만족할 만한 퀄리티의 글 한 개 쓰기도 정말 힘들다! 반 년 열심히 썼으면 또 몇 달 쉬어 줘야 공장이 돌아간다. 그 주기와 적절한 강제성을 글또가 잘 만들어줬던 것 같다.


주제

  • ML/DL
    • 이상탐지, 클러스터링, 분류/회귀, 모델 해석(XAI,인과추론) 등 ML 방법론을 설명한 글들
    • 예: Isolation Forest, Spectral Clustering, DBSCAN, SHAP, Kernel, SVD, Conformal Prediction
  • Paper Review
    • 최신 논문/연구를 소개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정리한 글들
    • 예: Pegasus, GPTs are GPTs, Online Hate Ecology, Variational User Modeling, Subset Scanning
  • Engineering
    • 실제 대용량 데이터 처리나 시스템 구축 관련 내용
    • 예: Spark, Koalas, GraphFrames, MLFlow
  • Fairness/Ethics
    • AI 윤리, 알고리즘 편향, 공정성 등 기술의 사회적 적용과 영향력 관련 내용
    • 예: Algorithmic Fairness, AI Doomerism, Gender Bias in NLP, Carbon Emission Goal
  • Productivity/Culture
    • 개인적 생산성 툴부터 채용/팀 생산성 문화
    • 예: 채용 회고, Slack Workflow, Obsidian 세팅, 업무 기록, 팀 생산성
  • Meta/Reflection
    • 글또 및 개인 회고

관심사도 다른 모든 것들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하기도, 변하지 않기도 한다.

  • 논문 리뷰나 ML/DL 방법론에 대한 공부는 항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음
    • 업무에 주로 필요했기 때문에 이상치 탐지와 비지도학습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
    • 한때는 그래프나 인과추론에 꽂혔던 적도 있었음
  • 회고도 (글또 때문에) 1년에 한번씩은 꼭 했음
  • 커리어 초반에(2020년~2021년) 비교적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영역 (특히 스파크 관련)의 글을 많이 씀
    • 처음으로 회사에 들어가서 실제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면서 (패닉했던) 이것저것 배워가던 기억이 남
  • AI의 사회적 영향은 대학원 때 꽂혀 있던 주제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관심도가 떨어졌고 이건 개인적인 관심 외의 외적인 흐름의 변화도 분명히 있는 듯
  • 팀 문화나 생산성에 대한 주제는 2-3년차 이상이 되고 나서(2023년 이후) 관심이 가기 시작함
    • 특히 이 시기에 전 회사에서 매니징 롤을 맡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져야 했던 부분도 큼

글의 주제들을 보면 1년차에서 6년차까지 정신 없이 흘러가던 내 모습을 어느 정도 떠올릴 수 있다. 초반에 아직 학생 마인드로 공부 열심히 할 때, 몰아치는 실무적인 내용을 이것저것 배워가던 때,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살짝 지루함을 느끼며) 가끔 다른 주제를 기웃거리던 때, 갑자기 뜬금없이 다가온 매니징이라는 과제에 질겁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보던 때 .. 😇

뭐랄까 이건 거의 주마등..

막간 어워즈🏆

(객관적)인기글

한 2022년부터 서치 콘솔과 GA를 붙였던 것 같다. 문제는 2024년 초에 블로그를 한번 옮겼는데 서치 색인 생성이 한동안 안 돼서 상당히 고통받았다. 말이 한동안이지 거의 10개월 동안 안 된 듯? 나중에는 그냥 반쯤 포기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대부분 되어있더라…

색인 생성 거의 안되다가 올해 초부터 되기 시작. 거의 10개월을 날렸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최근 기록은 서치콘솔/GA를 보고, 이전 기록은 다소 기억에 의존해서 TOP5를 선정해보자면:

확실히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글의 퀄리티나 재미랑 유입 인기도는 별로 상관이 없다. 쓰면서도 이 주제에 대한 한글 자료가 거의 없네 라고 느꼈던(그래서 쓰기 힘들었던) 글들, 아니면 다룬 주제나 원문 논문 자체가 적당히 핫한 경우(또 너무 핫하면 글이 너무 많아서 안 됨) 유입이 많은 편이었다. 이 중 몇 개의 글은 가까운 지인이나 회사 분들이 검색하다가 발견하고 내 블로그 찾았다고 보여줘서 괜히 부끄러워진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만의 인기글

다음은 글에 대한 반응과 상관없이 내가 쓰면서 상당히 즐거웠고, 쓰고 나서도 애착을 느꼈던 글들이다.

  • 데이터로 한국의 2030년 탄소 배출량 목표를 제안한다면
    • 예전에 쏘프라이즈(이후 얼룩소)라는 플랫폼에 제출한 글이었는데 이런 자유 주제(?) 데이터 분석 글을 써보는 게 한때 로망이었기 때문에 그걸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거 쓰고 앞으로 이런 거 자주 해야지 했는데 그 이후에 못했다는 게 아쉽다.
  • Label Propagation Algorithm, Isolation Forest 로 이상치 찾기 (+ SHAP로 설명하기)
    • 이 2개는 당시에 업무에서 실제로 써보면서 쓴 글들이었고, 적당한 길이와 깊이+예시+설명 방식까지 전반적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기술 설명 글의 지향점을 잘 충족하고 있어서 기억에도 잘 남고 스스로 만족했음
  • Pygame으로 게임 만들어본 후기
    • 지금까지도 주변에서 가끔 회자되는 나의 프로포즈썰… 만드는 것도 쓰는 것도 아주 재밌었고 나름 아직까지도 뿌듯한 경험이라서!
  • 수학을 까먹은 사람을 위한 고유값분해와 주성분분석(PCA)
    • 대학 2학년때쯤 들었던 선형대수가 그냥 전생 아주 같은 나.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진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스텝 쓸 때마다 왜 그런지 설명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상당히 공을 들여 썼다. 이 시리즈는 나중에 다른 주제로도 더 써보고 싶다.
  • ML 코드로 배워보는 SOLID 원칙
    • 가장 최근인 이번 기수에 쓴 글, 어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예시를 만들어보고 설명해보는 경험을 하는 건 언제나 재미있는데 이 글이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5년 간 무엇을 얻었는가

정말 의미 없는 말이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이 앞자리도 바뀌고 결혼도 했고 이직도 했고 뭐 이것저것 한 것 같지만… 사실 또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대단히 성장했나? 싶기도 하다. 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로, 5년 동안 이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엄청나게 기술적인 깊이가 생겼다든지 블로그를 통해 없었던 대박 기회가 생겼다든지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는 편은 아니었다. 글을 쓰는 게 재밌었고, 쌓여가는 걸 보는 게 좋았고, 글또라는 좋은 환경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면 글을 써서 얻은 게 뭐냐 라는 답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건, 의외로 이번 글을 쓰면서 chatGPT에게 “내 글들을 보니까 나는 어떤 작가인 것 같아?”라고 물어봤을 때 받은 대답에서였다.

한마디로, 엥 이게 나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되고 싶은 건 이게 맞아 라는 느낌

내가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요약하면 정말 대략적으로 위와 같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 글에서 그런 것들이 보인다면, 그때그때 내 관심사에 따라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어쩌면 조금씩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이 완성된 지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지금의 나는 이 정도에 만족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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